言/빈가슴속心

분꽃

oldhabit 2010. 5. 25. 01:43

이상한 일 입니다

집사님댁에서 씨를 뿌려 키운 상추를 얻어 왔습니다

갯수를  헤이리자면 이삼십개는 족히 될 것 입니다

포트에 담아 키운 상추가 서너포기에 천원정도 하는 것을 생각하면 얼마나 부자만 같은지요

비닐에 담아 조심조심 들어 다 놓았습니다.

뿌리에 어느 정도의 흙과 함께 들고 왔기에 다음 날 올려다 옥상에 심었습니다

작년의 기억이라면 당연히 실하게 자라 있음이 맞을 것인데,

간간히 내린 비도 있고 해,

여러 날이 지나 올라 가 보니, 정말 신기한 것은 상추가 없어진 것 보다

어떻게 그렇게 깨끗하게 흔적 조차 없이 녹아 버린 듯 없어졌다는 것에 기분까지 이상했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그 이유를 모르지만, 그 상추를 심고 농사를 많이 지어 보신 그 분께는 못 여쭤 볼 것 입니다.

무언가를 심을 땐 기대가 있었을 겁니다.

먹고 못 먹고를 차지하고라도 서운함이 큽니다

 

'서향'이라는 전통찻집을 자주 갑니다.

차를 마셔야 할 일이 있으면 당연히 가는 곳 입니다

사계절 꽃들이 만발입니다

그 얼굴은 참 여러가지이지요!

그 찻집 주인은 정말 여자다운 이 입니다.

꽃을 얼마나 잘 만질 줄 아는지요!

그래서 전 그 여인이 아주  곱게 보입니다.

활련화, 봉숭아,채송화, 천리향, 진달래, 분꽃, 백합, 족두리, 국화,과꽃, 깻꽃, 치자, 만리향, 산나리, 연꽃, 수련, 개나리,민들레,석류,  종류를 모두 기억하기 조차도 힘들 만큼의 꽃을 가꾸어 겨울까지도 그 모습을 잃지 않는 곳 입니다.

작년 주인님의 허락을 받고, 활련화와 분꽃의 씨를 받아 들고 왔습니다만, 활련화씨는 어디에 두었는지 잊고 말았습니다.

땅이 있냐고요? 물론 없습니다

옥상의 화분에 흙을  퍼다가 그 씨를 한 가득 뿌려 놓았습니다.

상추가 사라진 그 옆 흙에서 실한 분꽃의 잎이 제겐 상추가 녹은 듯 없어졌지만 그리 섭섭진 않습니다.

그리고 계단에 화분을 놓고 뿌려 둔 분꽃이 거기서도 여러 개 실한 잎을 보이고 있습니다.

무엇인가를 잃고, 혹은 떠난 빈 자리일지라도 그렇게 무엇인가가 대신 할 수만 있다면,

아마, 이 세상에 슬픔은 없을 거란 짧은 생각에 이리도 긴 글을 써 내려왔습니다.

상추는 돈 내고 사 먹어야 겠지만^^

올 여름엔 제 울안에서도 분꽃이 필 것 입니다.

님의 너무도  사랑스러운 얼굴마냥 제 곁에 서서요!

 

         5.25.

' > 빈가슴속心'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동행  (0) 2010.06.30
눈높이  (0) 2010.06.01
숭원  (0) 2010.05.24
오늘은 비!  (0) 2010.05.18
  (0) 2010.05.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