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그해 겨울은 참 따뜻했어요
평생 청상으로 살아 오신 무 속 같이 흰 어머니의 발엔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렸다
복 중 한여름에도 무명 양말에 버선을 신으시고 시렵다 시렵다 하시며 이불 속 잠자리에서도 두 발 비비셨는데.
어머니 먼 길 떠나신 마지막 밤에도 발이 시렵다 시렵다 하셨다.
언제부터인가 새벽이면 엄동설한 삭풍이 아니더라도 내 무딘 발에도 서리가 내렸다.
정수리에 흰머리 하나씩 봄 둔덕 새순처럼 솟고나서야 이제서 시려움이 외로움이란 것을 깨달았다.
지금도 눈이 오면 새벽 길 눈 쓸고 들어오시는 아련한 어머니의 모습,
금방이라도 따뜻한 물대야에 당신 발 한 번 녹여 주고 싶은 것이 마음만 되 뇌이는 이룰 수 없는 소원이 되었다.
'엉겅퀴, 어머니를 닮은 꽃을 그리며' 한국화가 -이정희-
한 이삼년 전 입니다.
화가인 그가 그림과 함께 써서 올린 책을 읽었었습니다.
그 중 기억하고 싶은 글들을 제 블로그에 담아 두었었습니다.
오늘 이원에 올린 '무명옷만 입으신 내 어머니'란 글을 읽으면서 문득, 정말 문득 이 글과 그림이 떠 올랐습니다.
봉열님의 어머니는 지금 건재하시고, 님의 곁에 계시지만, 왜 이 글이 생각 난 것인지는 잘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훗날 아마도 어머니를 반추해 기억해 내신다면 아마도 이런 느낌의 글이 나올 거란 맘이 들었습니다.
아마, 요즈음 제가 사는 일에 엄마가 그리워서이기도 할 거란 나름의 정리 입니다.
하루밤 잠들기를 몇 번인가, 깨었다 다시 잠을 청하고, 어머니가 아버지가 꿈에 나타나시고,
그러면 또 아쉽고,
물론 하나님을 의지함이 부족해,라고 말 해도 할 말은 없지만,
이 땅에서의 기댐이, 이해 받음이, 그리고 나눔이,목마름 아닌가 합니다.
물론, 내 가까운 곳엔 아이도 있고 봉열님도 계시고, ....
그런데 늘 고픔이란 것,
비가 옴도, 안 옴도 아닌 이런 날씨는, 김이 오르는 솥 안일 것 같습니다.
산뜻함도 없고, 보송함도 없고, 습기가 가득하고,그 습기로 뭔가 음습함의 더위,
많이 덥지도 않으면서, 느낌은 별로인,
오늘도 얼마나 더운 하루를 보내셨나요?
종종 걸음의 발바닥은 달아 오르고,
섰다 앉았다의 반복엔 허리까지도 내려 앉음만 같은,
그래도 내 할일이다의 감당이 하루를 또 저물게만 하지요?
나이가 드신 어머니는 힘이 다 빠짐처럼 그저 계심만으로의 어머니! 어머니! 이십니다.
그래도 우린, 너무 오래 살지 말자구요.
우린 딸은 없지만, 이 글을 써 놓은 작가처럼 좋은 기억으로의, 그리고 많이도 아쉬운, 어머니로 남고 싶음 입니다
2010.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