言/오래묵을詩

中3

oldhabit 2010. 6. 17. 10:38

              中3

 

                   -박후기-

 

 

배가 고프면

담배연기로 도넛을 만들어 먹지

 

굳게 잠긴 천국의 문을

누구나 열 수 있는 건 아니어서

옥상 문 앞에 선 나는 고단한

계단처럼 자꾸만 흘러내리곤 해

 

이혼한 엄마가 집을 나가자마자

또 다른 엄마가 빨간

드레스를 입고 야화처럼

남몰래 활짝 피어나지

 

아빤 벌처럼 붕붕거리며

온몸에 꽃가루를 묻히느라

정신없지만, 상관없어

어차피 피는 꿀보다 진하니까

 

내가 외로운 건

돈을 모을 수가 없기 때문이야

가질 수 없는 게 너무 많아서

빈주먹을 찔러 넣으면 빈주머니가

빵빵하게 부풀어 오르지

 

그렇다고 봉숭아 씨앗처럼

무턱대고 불만을 터뜨리진 않아

그런 게 다짐이거든

 

아름다운 새엄마 등 뒤에서

나는 늘 궁금해 하지

왜 모든 씨앗들은 숨죽이며

주먹을 말아 쥐고 있는가를

 

 

 

- 현대시학 2010.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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