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3
-박후기-
배가 고프면
담배연기로 도넛을 만들어 먹지
굳게 잠긴 천국의 문을
누구나 열 수 있는 건 아니어서
옥상 문 앞에 선 나는 고단한
계단처럼 자꾸만 흘러내리곤 해
이혼한 엄마가 집을 나가자마자
또 다른 엄마가 빨간
드레스를 입고 야화처럼
남몰래 활짝 피어나지
아빤 벌처럼 붕붕거리며
온몸에 꽃가루를 묻히느라
정신없지만, 상관없어
어차피 피는 꿀보다 진하니까
내가 외로운 건
돈을 모을 수가 없기 때문이야
가질 수 없는 게 너무 많아서
빈주먹을 찔러 넣으면 빈주머니가
빵빵하게 부풀어 오르지
그렇다고 봉숭아 씨앗처럼
무턱대고 불만을 터뜨리진 않아
그런 게 다짐이거든
아름다운 새엄마 등 뒤에서
나는 늘 궁금해 하지
왜 모든 씨앗들은 숨죽이며
주먹을 말아 쥐고 있는가를
- 현대시학 2010.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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