言/오래묵을詩

프러시안 블루

oldhabit 2010. 6. 19. 13:06

 프러시안 블루

 

              -김후영-

 

 

그녀의 문장은 푸른색이다

 
바탕화면의 북극바다에 몸을 담그면

깜박이는 커서에서 푸른 물이 떨어지고

갇혀있던 언어들이 하나 둘 모여 새가 된다

 
시린 발을 움찔대며

버려진 글자들의 유빙에 앉아 우는 새는

그곳이 아득한 시절 누군가의 문자였음을

문자의 단어는 사랑이었음을 알지 못한다

눈빛도 얼어붙는 계절*

설 얼어 깨진 감정들이 삭제되어

유령이 되어 떠돌아다녀도

그곳이 자신의 무덤인 줄 알지 못한다

 
한 번도 날아보지 않아 나는 법을 모르는

목소리를 잃어버려 알 수 없는 소리만 꺽꺽대는

현재시제와 함께 유기된 채 방치되어 얼어버린 새

그녀의 해수면은 프러시안 블루

 

* 몽골의 속담 : 사랑은 서로의 눈빛도 얼어붙는 겨울에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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