言/빈가슴속心

산다는 것은

oldhabit 2011. 1. 1. 12:11

새 날의 시작이군요!

햇살이 창으로 기어들며 이른 아침을 깨워 주었습니다.

새벽녘에 엄마 방으로 와 잠든, 이미 청년이 된 아이의 얼굴을 들여다 보았습니다

만감의 교차....유구무언입니다.

 

아이가 안성에서 오는 중임을 알면서도,

친구들과의 늦은 저녁 약속으로 외출을 서둘렀습니다.

나가야 하는 일이 맘에 걸려,

잘 싸매 두었던 미역줄기를 불려 두고

사슴농장에서 따다 주기에 혼자 다 먹어지지 않아 옥상에서 말려 두었던 호박도 물에 담궜습니다

양배추가 좀 내린 가격이기에 사다 두었었습니다.

파를 까서 썰고,

이렇게 준비한 반찬들을 만들며 쌀을 씻어 밥도 안쳤습니다.

그리고 나누어 얼려 두었던 곰국도 낮에 꺼내  녹이고 있습니다.

이만하면 한 끼니의 식사론 뭐 그리 손색이 없을 것 입니다.

 

아르바이트를 마친 아이가 형들과 자장면을 먹고 출발했다며,

염려말고 친구들 만나 좋은 시간 보내라고,

아주 밝은 목소리로 절 편하게 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그리 늦지만 않는다면, 기다렸다 저녁은 먹겠다고,

 

맛있는 저녁과,

더 좋음은,

막역한 친구들과의 목적도, 깊은 철학도 담기지 않은, 그저 물 같은 대화입니다.

서로가 먹음을 권하며, 그리고 그 끊임이 없는 입담, 입담.

그냥,

다 놓아 버린 듯 시간을 잊는다 함이 맞는지는 잘 모르지만, 아무것에도 걸리적거림은 없었습니다.

 

나이가

그 세월이 다 편하게 해 줌도 알았습니다.

 

케이크,

그러나 지금의 삶이 너무 조촐해, 일년으로 기준을 삼자면 케이크 먹을 일이 두 세번이면 많다고,

 

안성에서부터 집엘 오자면,

아파트에서 버스를 타고 나오다 중간에서 내려 택시로 갈아 타고 안성터미널에서 야탑오는 버스를 타고 다시 광주에 오는 300번 버스를 타고

다시 내려  추운 날씨엔 한참일 거리를  걸어야 집엘 당도 합니다.

그 길위를 빨래 가방을 어깨에 메고, 중심을 잘 잡아야 하는 그 케이크를 사과향이 나는 샴페인 한 병과 가져다 놓았습니다.

회사에서 새해 보너스 20만원과 샴페인 한 병, 그리고 케이크,

'엄마가 좋아하지 않았으면 누군가를 주고 왔을거야. 300번 버스는 사람이 많아 서서 왔어요'

'엄마가 다 먹을 게, 고마워!'

그리고 새벽 한 시가 다 되는 시간 아이가 늦은 저녁을 먹은 그 식탁에서 한 해를 보내고 새 해을 맞았습니다

사과향이 나는 샴페인을 크리스탈소주잔에 따라 마시며....

크고 귀한 선물을 받았습니다.

난 아무것도 주는 선물이 없음인데요,

살아 있는 날 동안 제겐 잊혀지지 않을 빵을 먹었습니다.

 

그리고 친구와 지인들에게 수도 없이 많은 문자를 받았습니다 .

 

"힘찬 새 해 아침입니다

따뜻한 아침밥 드시고

힘차게 시작합시다

아자아자

사랑합니다."

 

그 중 백미 한 통을 남깁니다.

 

누구라도, 이리 되시길 기도 합니다.

 

          20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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