붙잡아 둘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붙잡아 둘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도종환- 분명히 사랑한다고 믿었는데 사랑한다고 말한 그 사람도 없고 사랑도 없다. 사랑이 어떻게 사라지고 만 것인지 골똘히 생각하는 시간에도 사랑하는 사람은 점점 멀어져 가고 사랑도 빛을 잃어 간다. 시간 속에 영원히 살아 있는 것은 없으며 낡고 때 묻.. 言/오래묵을詩 2010.06.16
장미 붉다 장미 붉다 6월 장미 붉다 시멘트 담장을 넘어 머리푼 채 하늘 파랗다 누군가 오열을 터뜨리고 아이들은 뜨거워지는 아스팔트로 뛰어간다 우리는 이해하기 전에 행동한다 당신은 전화를 하고 분노가 토마토처럼 터진다 오늘의 사건사고들이 이해되기 전에 지나가고 수백송이 붉은 장미가 절두산에 목.. 言/오래묵을詩 2010.06.04
벼랑에 대하여 벼랑에 대하여 -김재진- 한줄의 편지 쓰고 싶은 날 있듯 누군가 용서하고 싶은 날 있다. 견딜 수 없던 마음 갑자기 풀어지고 이해할 수 없던 사람이 문득 이해되어질 때 있다. 저마다의 상황과 저마다의 변명 속을 견디어가야 하는 사람들 땡볕을 걸어가는 맨발의 구도자처럼 돌이켜보면 삶 또한 구도.. 言/오래묵을詩 2010.05.27
꽃냉이 꽃냉이 -최문자- 모래 속에 손을 넣어본 사람은 알지 모래가 얼마나 오랫동안 심장을 말려왔는지. 내 안에 손을 넣어본 사람은 알지 그가 얼마나 오랫동안 나를 말려왔는지. 전에는 겹 백일홍이었을지도 모를 겹 동백이었을지도 모를 꽃잎과 꽃잎 사이 모래와 모래 사이 나와 그 사이 그 촘촘했던 사이.. 言/오래묵을詩 2010.04.17
부치지 않은 편지 부치지 않은 편지 -정호승- 풀잎은 쓰러져도 하늘을 보고 꽃 피기는 쉬워도 아릅답긴 어려워라. 시대의 새벽길 홀로 걷다가 사람이 죽음의 자유를 만나 언강 바람 속으로 무덤도 없이 세찬 눈보라 속으로 노래도 없이 꽃잎처럼 흘러 흘러 그대 잘가라. 그대 눈물 이제 곧 강물 되리니 그대 사랑 이제 곧.. 言/오래묵을詩 2010.04.17
한세상 사는 것 한세상 사는 것 -이외수- 그대여 한세상 사는 것도 물에 비친 뜬구름 같도다 가슴이 있는 자 부디 그 가슴에 빗장을 채우지 말라 살아 있을때는 모름지기 연약한 풀꽃 하나라도 못견디게 사랑하고 볼 일이다. 言/오래묵을詩 2010.04.16
울란바토르, 인생의 오후에 눈이 내린다 울란바토르, 인생의 오후에 눈이 내린다 -박정대- 인생의 오후에 눈이 내린다 사랑은 멀리서 젖고 나무들은 선 채로 외투를 털고 있다 누군가 휘파람을 불었다고 생각하는 건 그대의 휘파람 소리가 환청처럼 내 귀를 스치고 지나갔기 때문이다 구름의 휘파람 소리, 러시아 혁명사처럼 흐르던 한 떼의 .. 言/오래묵을詩 2010.04.15
아픈 세상 아픈 세상 -황규관- 없는 사람에게는 늘 아픔이 있다 먹구름 잔뜩 품은 하늘이 언제나 천둥을 만들어내듯 지상의 눈동자에 휘두를 번개를 깊이 품고 있듯 가난한 사람에게는 사랑도 아픔이거나 그 깊은 흉터다 허리에 침을 꽂고 엎드려 있는데 먹고살기도 힘든데 안 아픈 데가 없다는 중년 여자의 서.. 言/오래묵을詩 2010.04.09
울화 울화 -길상호- 부르르 몸이 떨려올 때 있어요 할머니 말씀에 따르면 뼛속에 심은 기억이 깨어나 꽃 피우는 순간이래요 무슨 꽃이 이렇게 가슴 뻐근하게 하는 꽃이 있냐고 되묻는 나를 쓰다듬으며 꽃은 원래 울먹이며 피는 거래요 낮술을 퍼먹다 나와 밭고랑에 퍼질러 앉은 내게 네게도 한 무더기 꽃 피.. 言/오래묵을詩 2010.04.07
사랑하는 마음 사랑하는 마음 -임웅균- 나 가진 것을 모두 다 드리고 그대 앞에 그냥 홀로 서리라 비어 있는 이 마음 그냥 그대로 오직 그대만을 바라보리라 낙엽은 지고 비바람 불어와도 기다리는 봄날이 꿈에 있듯이 한송이 꽃보다 고운 이야기 그대 품 속에 안겨 주시리라 나 있는 것을 모두 다 비우고 그대 앞에 .. 言/오래묵을詩 2010.0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