言/빈가슴속心

이런 시는 어떨까요?

oldhabit 2008. 5. 20. 19:09

나는 한 여자를 사랑했네.
물푸레나무 한 잎같이 쬐그만 여자,
그 한 잎의 여자를 사랑했네.
물푸레나무 그 한 잎의 솜털,
그 한 잎 의 맑음,
그 한 잎의 영혼,
그 한 잎의 눈,

그리고 바람이 불면 보일
듯한 그 한 잎의
순결과 자유를 사랑했네.
정말로 나는
한 여자를 사랑했네.

여자만을 가진 여자,
여자 아닌 것은
아무것도 안 가진 여자,
여자 아니면 아무것도 아닌 여자,
눈물 같은 여자,
병신 같은 여자,
詩集 같은 여자,

그러나 누구나
영원히 가질 수 없는 여자,

그래서 불행한 여자.

그러나 영원히
나 혼자 가지는 여자,

물푸레나무 그림자 같은
슬픈 여자.


    

 

    " 한 잎의 여자"

                        -오규원-

 

 


그 남자를 사랑했네

내 마음안에 들어서서
송광사만한 모래성을 쌓았다
뜨거운 햇살아래
쉽사리
허물어뜨리고 마는 그 남자

꽃잎같은 입술을 지니고
언어의 기능을 잃어버린 사람처럼
머언 산기슭만 바라보다가
명아-
바람결마냥 무심히 불러주던 남자

아는 것을 죄다 주절거리면
조각구름 띄워놓고 하얗다고 말하다가
문득,
개미처럼 자그맣게 웅크린 내가
발밑에 있음을 잊어버리고
생면부지(生面不知)의 사람처럼
슬쩍 지나치던 남자

그리움을 아느냐고 물어보면
나는 지닌것이 없다고
뜬금없이
쓸쓸한 표정인 남자
소유의 의미를 익히기도 전에
내민 빈손에 눈물을 떨구게 하는 남자

사랑이라는
맑은 잎사귀 주렁주렁 매달고도
세상에 나와보지 못한
가슴에 심겨진 나무 때문에,
전기고문인듯
아프게
너무 아파서
고통인줄도 모르게
무시로 마음만 충전(充電)하는 나쁜남자

그 남자를 사랑했네
나는 그 남자만 사랑했네


         

     "꽃지는 저녁"

                        -김광명-

 

 

*부제  :  오규원의  한 잎의여자에  답하다

 

 

 

 

* 이제 더위는 어제보다 오늘이 훨씬 덜 하니

곧 살갗의 매끄러움으로 멀리하던 님을 슬쩍 안아보는.....

아!

어느듯 가을이네!

 

그러면서도 메마른듯한 가슴 한켠으론....

  촉촉함이 다시 도는...

 

그래서,               

 

나이도 헤아려보고

거울에 주름살도 슬쩍 펴 보며

 

문득,

 

날 선듯 흰머리카락의 억셈도 손 잡아

 

이렇게 저렇게

자위하며

 

오며 가다

 

그리고, 비도 내리는데,

 

운좋게 이 두 편의 詩를 만나니,

 

이젠 멀어졌으려니 한.....,

그 그리웠음이 다시 발기하네,

 

이 저녁이 참 새롭기만.....

 

 

 

오늘같은 날, 이런 詩는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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