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여자이고 나이는 우리의 셈으로 꼭 들어찬 석류같은 오십입니다.
이름은 순희입니다
고향은 경상도 구례 넘어 마을. 그런데 그 동네 이름이 지금은 생각이 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경상도임은 분명합니다 사투리를 씁니다
키는 나보다 작지만 아마 어림짐작으로 몸무게는 나보다는 더 나갈것입니다
생머리 찰랑찰랑(이건 제가 극도의 대우로의 표현입니다^^).....거의 퍼머를 하지 않고 삽니다
때론 노란 고무줄로 질끈 동이기도 합니다. 만
마다 않고 받아 주는 그의 머리,
노란 고무줄 때문에도 난 순희를 좋아합니다
그는 너무나 자신있게 미모를 자랑합니다.
"나 보고싶어? 이쁜 얼굴 사진 찍어 확대해서 하나 붙혀줄까?"
그래서인지 그는 화장을 하지않습니다
저와는 쌍벽을 이룰만큼의 맨얼굴입니다.
하지만 그는 미인이 아닙니다.그도 나도 잘 압니다.
(그 부분은 너무 산뜻하게 인정하는 미모없음의)
입술에 붉은 맆스틱을 발라보지 않음에 있어,
(오늘 동갑짜리 남편을 놓쳐 버림에)
나 처럼 죽을 때 까지,
아마도 빨간 맆스틱을 바를 일이 없을 것 입니다.
그래서 난 순희가 좋습니다
우린 이제 둘다 혼자가 되었으니요.....
그렇다고 순희의 과부됨을 두 손들어 환영하진 않습니다
조금이라도 더 님편과 이 땅에서 머물 수 있었다 해도 난 순희를 좋아했을 겁니다
난 밀린 숙제를 평생 할수없음을 알기에,
진작 포기한 부분이지만,
순희는 종종 그 숙제에 대한 아쉬움을 한처럼 내게 말했습니다
"한달에 한 번만이라도" 하면서요...그렇다고 숙제를 밝히는 순희가 아님을 말하고 싶습니다. 이제 누구보다고 혼자 그 절개를 지킬사람임을 손톱만큼의 의심없는 사실로 말할 수 있습니다
평생못하는 줄 아는 제 앞에서 그 이야기를 하는 순희를 난 좋아합니다.
퍼머를, 화장을, , 모두 안 하는 이유가 우린 너무 많이 비슷해 때론 슬펐지만, 그를 너무 잘 이해하는 난
내이모 내어머니만 같고,
그리고 나 자신만 같아 난 순희를 좋아합니다.
부지런하고 열심히 살며, 자신만만한 순희가 좋습니다
그러나 이 말은 반은 진심이고 반은 거짓입니다
자세히 보면 게으르진 않은데 정돈 된 적이 없는 집안
반찬은 맛있는데 늘 조금을 주장하며 끼니 때마다 해결하는 ...그런데 청결하지 않은 주방,
난 그런 음식솜씨에 반해 참 많이 그의 밥을 잘도 먹었습니다
그래서 난 순희가 좋습니다
수줍고 맘 약해 모진 소리에 싸움 한 번 못 하면서
드라이브길에 들른, 남한산성 중간 쯤, 오전리의 작은 카페에서 맘에 안드는 커플을 보자, 소리없이 일어나 아무리 말려도 , 주인에게 쫓겨 난다 해도, 영업방해라 해도, 애국가를 4절까지 불러 제껴
그들을 쫓기 듯 일어나게 한 그녀가 엉뚱하고, 생뚱맞어,
난 순희가 좋습니다
십년전 서울로 가서 살면서도 늘 이 곳을 그리워합니다
잊을만하면 곤색가방을 짊어지고 흰운동화에 씩씩하게 들어섭니다. 그 가방에 들어 있는 열가지 이상의 곡식을 손수 쪄서 말리고 방앗간에서 갈아 온 미숫가루를 여러번 얻어먹었습니다. 그는 가족을 위해서라면 ......
'아줌마 ~아 왠일이야'
"응 보고싶어서"
그러나 그는 다른 곳을 다녀서 옵니다
무언가 인생이 턱턱하다 싶을 때,
사랑하는 남편을 위해, 아들아이의 시험이라도 있을 때
그는 기도하러 칠보사엘 옵니다
언제나 일등으로 그곳엘 들려 그의 기원을 서원을 빌고 난 후
사람을 찾습니다
정성으로 삶을 살아가는,
난, 순희가 좋습니다
용두동 영안실에서 우린 선물을 받았습니다
문상을 하고 막 상앞에 앉자마자, 포천막걸리 한 병과 동막골 대나무 통술 두병입니다.
운전하고 온 사람도 못 마실거고 나 역시 안 마실거니 가지고 가라는....아마 막걸리는 설움을 달랜 배고픈 술이란 걸 눈치챔이였을까.....
하루아침에 과부가 된 순희가 준 선물이 꼭 순희의 눈물만 같아 들고 오며 슬펐습니다
아마 저 눈물을 다 마시고 잘 것 같습니다.
문상 간 친구에게 막걸리를 검정비닐봉투에 싸서 안길 수 있는 순희,
난, 순희가 좋습니다
이제 이 밤이 지나면 벽제에서 따뜻한 남편을 받아 안고 기절할일이 캄캄하지만, 그 어두움은 분명 지날거란 말이 하고 싶어
난 순희의 이야기를 씁니다
혼자인 순희를 좋아합니다.
지금은 아니지만 시간이 흐른
어느날인가 봄같은 맘이 된 후 양수리강을 바라보며
순희야 !
우리들의 그 숙제는 이제 끝이다!
라는 말을 해 주고 싶습니다
세월이 우리들의 가슴과 함께 가 주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살아야 하는 것은 우리의 몫이라니요.
'부디 잘 가세요"
06.1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