言/빈가슴속心

치자꽃 설화

oldhabit 2008. 5. 20. 19:23

사랑하는 사람을 달래 보내고

돌아서 돌계단을 오르는 스님 눈가에

설운 눈물방울 쓸쓸히 피는 것을

종탑 뒤에 몰래 숨어  보고야 말았습니다.

아무도 없는 법당문 하나만 열어놓고

기도하는 소리가 빗물에 우는 듯 들렸습니다.

밀어내던 가슴은 못이 되어 오히려

제 가슴을 아프게 뚫는 것인지

목탁 소리만 저 홀로 바닥을 뒹굴다

끊어질 듯 이어지곤 하였습니다.

여자는 돌계단 밑 치자꽃 아래

한참을 앉았다 일어서더니

오늘따라 엷은 가랑비 오는 소리와 짝을 찾는 쑥국새 울음소리 가득한 산길을 휘청이며 떠내려가는 것이였습니다.

나는 멀어지는 여자의 젖은 어깨를 보며 사랑하는 일이야말로 가장 어려운 일인 줄 알 것 같았습니다.

한 번도 사랑받지 못한 사람이야말로 가장 가난한 줄도 알 것 같았습니다.

떠난 사람보다 더 섧게만 보이는 잿빛 등도 나는 괜시리 내가 버림받는 여자가 되어 버릴수록 더 깊어지는 산길에 하염없이 앉았습니다.

 

      '치자꽃 설화'   -박규리-

 

 

 

그래요,

난 사랑을 할 줄 모릅니다.

그래서,

난 사랑의 방랑자가 되기로했습니다.

다 버릴 수는 없잖습니까!

그래서,

아쉬운대로 바랑하나 만큼의 내 소유는 가져가기로 합니다.

날더러 떠나라는 이도 떠나지 말라는 이도 없는

인생이지만,

내 안에서 어리석은 대로 내려지는 결론으로

망설임 없는 결정을 합니다.

어차피 가는 길은 '홀로 가는 길'이라는 유행가 처럼,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에 늘 주고 받는 것이라는

되지도 않는 못되고도 잘못 된 맘을 가지고 살았으니 얼마나 어리석음인지요

사랑이라는 것은 내 속에서 일어나 내가 할 뿐인데 말입니다.

어찌 주었으니 나 보다 더 많이 네가 주어야 한다는 ...것을 철칙처럼 여김에,

좌절하고, 슬퍼하고, 원망하고 ,퍼붓기는 얼마나 했나를 떠 올리면 그것만으로도 얼굴은 석류 속것을 문질러 바른 듯이 피가 흐름입니다.

주기만 아니 줌도 아니지요,

이 사랑이란 것 자체가 줄 수도 없는,

다만 내가 안고 가는 것임을 알 것 같습니다

내가 따뜻하게 보듬어 곱게 안으면

그 안에서 꽃이 피었다 지었다 함이 원류입니다.

 

 

     2007.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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