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의 안부를 묻다
'별이 흐른다. 사랑합니다. 당신을,
당신을 사랑하는 일처럼
세상에 가혹한 일은 없을 것입니다.'
-박남준-
지난 일들은 낡은 사진첩처럼 아련하다.
비 오는 날 툇마루에 앉아 떨어지는 낙숫물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일처럼, 한 해가 가는 이 무렵이면 지나간 일들이 별스럽게도 문득문득 떠오르고는 한다.
아쉬웠던 일들이 그렇다,
두고두고 가슴속에 간직하고 생각하면서 마음 한편이 이 겨울 따뜻한 불빛으로 젖어들 듯 화르릉 미소로 차오르는 시간들,
보고싶은 사람들의 기억을 떠올릴 때가 그렇다.
세상에 가장 기쁜 일이 있다면 아름답고 향기로운 사람을 만나는일일 것이다.
-중략-
뭐라고, 오늘밤은 별 볼일이 있는 날이라고?
비가 오네, 이러면 안 되는데 별 볼일이 없을 것 같네.
오늘은 날이 맑아야 별들을 볼 수 있는데,
내 나이 이제 다시는 그 별들의 잔치를 볼 시간이 없는데,
희끗거리는 게 아니, 진눈깨비가 오네. 아니, 저기 저 산마루로부터 휘날리며 손짓하며 내려오는 게 뭐야,
그래그래, 첫눈이군. 함박눈이야.
첫눈이 오던 날,
그 푸른 새벽 내리는 눈발 사이로 언뜻 언뜻 먼 불꽃놀이처럼 별들이 져 내렸다.
흐린 날씨 때문에 기대만큼 수많은 별들이 쏟아져 내리며 장관을 이룬다는 33년 만의 우주축제를 볼 수 없었지만,
뜬눈으로 밤을 지샌 보람은 있었다.
사자자리 별똥별, 여기야, 이번엔 이쪽이야.
숨박꼭질처럼 문득 문득 밤하늘을 가로지르면 떨어지는 별들을 보며 떠오르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안부를 묻는다.
살아 있는 사람과 생사를 알 수 없는 사람과 이미 세상을 달리한 사람들에게, 가슴에 묻어 둔 그 오랜 말들을, 보고 싶은 인사를 건넨다.
잊지 않고 있어요, 저 아직 잊지 않고 있어요....
별이 흐른다. 아버지 그 곳에서는편안하시지요.
별이 흐른다.
이제는 잊어버리셨지요.
혹여 아직도 지울 수 없는 일들이 앙금처럼 남아 있지는 않겠지요.
할머니, 외할머니, 할아버지, 외할아버지, 이젠 다 화해하셨지요,
가슴 아픈 일들은 그 곳에서 다 잊어버리세요,
그리고 내내 편안하세요,
꼭이요,
꼭,
-중략-
별이 흐른다,
사랑합니다,
당신을 사랑하는 일처럼 세상에 가혹한 일은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말입니다.
그처럼 행복한 일도 세상에 없습니다.
저 흐르는 별을 보며 당신을 생각합니다.
셀린느 디옹의 불어판 노래'je sais pas모르겠어요'
그녀의 노래가 흐른다.
'난 겨울을 알아요 난 추위도 알지요, 그러나 당신이 없는 인생이란 모르겠어요.'
'별의 안부를 묻다'-박남준산문집.-中
* 난, Lincoin's Lament를 듣고 있는데,
가을 장마가 분명하다.
내내 내리는 빈,
축제마냥 하염없는 서성임을 줌을....
한 낮부터 땅거미 내리는듯 한 스산함이 느껴지니,
책을 고른다.
이유 없는 서성임엔 맑고 잔잔함이 맞는다는 맘에
산문집을 골랐다
'별의 안부를 묻는다.'
비=그리움이란 공식이 틀림없음이다.
그래서 난, 이 글을 다 읽기도 전에 옮기기부터 했다.
안부를 묻고 싶음 이기도하고,
나의 안부를 그래도 누군가들은 궁금해 하기도 할 것이라는......(웃음)
그래요,
내내 안녕들 하시지요?
2007.9.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