言/오래묵을詩

기도

oldhabit 2008. 5. 24. 11:41

         기도     

 

                   -구 상- 
 


땅이 꺼지는 이 요란 속에서도
언제나 당신의 속사귐에
귀 기울이게 하옵소서.

내 눈을 스쳐가는 허깨비와 무지개가
당신 빛으로 스러지게 하옵소서.

부끄러운 이 알몸을 가리울
풀잎 하나 주옵소서.

나의 노래는 당신의 사랑입니다.
당신의 이름이 내 혀를 닳게 하옵소서.

이제 다가오는 불 장마 속에서
'노아'의 배를 타게 하옵소서.

그러나 저기 꽃잎 모양 스러져 가는
어린 양들과 한 가지로 있게 하옵소서.


 


구상(具常,1919~ ). 함남 원산 출생. 본명은 상준(常浚).
니혼(日本)대학 종교학과 졸업. 1946년 원산에서 동인지
<응향>을 주재했다. <응향>에 게재된 시 작품으로 반동 작가의
규탄을 받고 월남했으며, 6.25때는 종군 작가단의 부단장을 지냈다.
한국의 건국신화, 한자 문화권의 고등 교양, 선불교적 명상,
노장 사상까지 포용하는 사상적 기반을 갖고 있으며, 이를
크리스트교적 구원 의식에로 통합, 상승시키고 있다.
시집으로는 <구상시집>(1951),<초토의 시>(1956)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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