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물소리 속 겨울 나그네
-슈베르트 가곡집 '겨울 나그네'-
알프레드 브랜델 피아노
-전략-
내가 떠올린 음악은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였다.
사실 그렇게 자주 듣는 음악은 아니다.
그러나 내가 겨울 나그네가 되어서 이 골짜구니에 가끔 오게 된다고 생가하니 자연스레 그 일련의 가곡들이 떠오른 거였다.
목소리와 피아노 사이, 목소리가 쉬면 저 얼음장 속물처럼 흘러 다니는 피아노, 피아노가 조금 누그러질 때 다시 그 위에
얹히는 과히 힘들이지 않는 목소리는 어찌 보면 너무나 적막하고 비감스럽다.
모든 것들이 다 그렇듯 이 가곡집의 첫 소절은 결코 경쾌하지 않으면서도 스르르 웃음 짓게 하는 반가운 음정이다.
첫 곡 '안녕히 주무세요'의 가사는 다음과 같다.
물론 번역이라서 시의 깊은 감정은 아마도 따로 있을 듯싶지만 그 적막의 대강은 느껴진다.
외롭게 찾아왔다
외롭게 떠나온
오월은 꽃이 피어
향기로웠건만
사랑한다는 소녀 어디에 갔나
사랑한다는 소녀 어디에 갔나
아 어두운 이 세상 눈으로 덮였네
아 어두운 이 세상 눈으로 덮였네
아 언제 길 떠날지
그때를 모르네
나 홀로 어둠 뚫고
정처 없이 가네
달 그림자만 홀로 나를 비춰주네
달 그림자만 홀로 나를 비춰주네
하아얀 잔디 위에 그려진 발자국
하아얀 잔디 위에 그려진 발자국
날 원치 않는 이곳 떠나가리라
덧없이 짖어대는 집 앞에 선 개들
사랑은 방랑하는 것
하늘의 뜻이오
이곳에서 저곳으로
사랑은 흐르네
사랑은 방랑하는 것
하늘의 뜻이오
이곳에서 저곳으로 사랑은 흐르네
나 깊이 잠든 너를 깨우지 않으리
내 발자국 소리도 듣지 말아다오
떠나면서 창가에 밤 인사 적었네
나 그대 생각함을 전하기 위하여
떠나면서 창가에 밤 인사 적었네
나 그대 생각함을 전하기 위하여
나 그대 생각하네
어쩌다 마주친 사랑이 계절의 변화만큼의 곡절에 따라 흩어지는 사정이 애달프다.
그 내용을 음미하며 나는 임시로 지어져 가끔 내 숙소가 되어줄 집 둘레를 서성이다 돌아왔다.
그만한 감상을 동반한 겨울 여행이 나는 좋다고 생각한다.
귀로의 차 안에서 한시 한 구가 스르르 떠오르는 것은 또 어쩔 수 없었다.
"더듬더듬 물 건너는 노새의 두 귀는 쫑긋 솟았고
바람을 피하는 가냘픈 종의 한 어깨는 높구나"
찬 물소리 속의 겨울 나그네다.
'물긷는 소리'中 -장석남산문집- 해토출판, 2008.
2008.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