言/사는이치知

책 - 민주주의는 죽었는가?

oldhabit 2010. 9. 6. 02:59

  <민주주의는 죽었는가?> 아감벤 외, 난장

 

최근 정치를 생각하곤 했다. 삶 자체가 정치적이라고 생각했으나, 삶이 투철하지 않았고, 정치꾼들의 권력 다툼에 염증을 느끼며 정치 자체에 대해 무감감해진 것도 사실이다. 정치에 대해 생각하게 된 이유는 최근 자크 랑시에르의 책을 읽으며 받은 자극이 있었고, 한편 홍익재단과 성미산마을 사이에 벌어진 성미산지키기 싸움에 참여하면서이다. 랑시에르는 해방의 교육학을 얘기하면서 결코 제도화할 수 없는 주체의 활동을 강조하는데, 그것이 곧 민주주의의 행위이며, 정치적 행위인 것이기도 하다. 한편 돈과 권력을 쥔 홍익재단의 냉혹을 경험하는 것은 무력한 개인들에게 거칠게나마 삶이 곧 정치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요구한다.

나는 기구나 제도로서의 정치나 민주주의에 대해 별로 낙관적이지 않다. 근원적으로 아나키스트적 사유를 갖고 있기 때문이지만, 인간이 효율성을 따지면서 만들어낸 시스템과 제도가 지나치게 강화되고, 인간이 거기에 의존적이 될 때 비인간화가 초래되고, 다시 이를 극복하기 위해 인간은 인간 스스로 만들어낸 창안물과의 지난한 싸움을 하게 된다. 우리가 진정 자유로워지기 위해 우리는 국가와 싸워야 하고, 학교와 싸워야 하고 직장과 싸워야 하고, 병원과 싸워야 하고, 교통과 싸워야 하는 것이다. 성미산마을 사람들과 홍익재단의 싸움도 그렇다. 사실 법이니 대의명분은 어떤 동기도 없는 수사에 불과한 것들이다. 싸움도 조직대 조직의 승패싸움처럼 변질될 우려가 늘 있다. 소위 그들의 법과 생명과 생활권의 싸움이지만 그것 대등한 근거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많지 않다. 

아무튼 이 책에서 새롭게 만난 두 사람이 있다. 다니엘 벤사이드라는 프랑스 철학자와 장 아미엘이라는 유대 문인이다. 모두 죽었지만 그들의 책은 읽어봐야겠다. 절판된 랑시에르의 책까지 포함하면 벌써 올 가을겨울에 읽을 책 목록이 줄을 섰다. 어쨌든 올해는 정치와 현대성, 그리고 돈, 언어, 수학에 대한 관심을 이어가게 될 것 같다.

책을 읽으며 나는 루소와 칸트와 헤겔의 시대를 주목한다. 계몽주의와 독일고전주의 시대는 근대의 기반을 놓은 시기이다. 신을 대신해 이들이 국가권력을 용인하고 창출하는데 있어서 찾아낸 대상은 자연법, 일반의지, 절대이성 등이다. 그러나 사실 이들 역시 신처럼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전제요청된 인류 보편성을 가정하게 된 것이다. 쉽게 말해 우리가 행위한 도덕적 파단의 근거이며, 우리가 용인할 국가 내지 조직의 운영원리로서 우리는 일반의지를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으면 법적 판단의 필연적 근거란 없이 너무나 빈곤하다. 

그러나 그런 일반의지라는 것이 벌써 낡아버린 느낌도 든다. 어쩌면 우리가 도덕적 무력감에 빠진 탓이 아닐까? 경제에 압도된 정치 때문이다.

저항으로써의 폭력과 죽음에 대한 아메리의 성찰은 모순의 극한까지 밀고간 체험의 사유로 보인다.

책을 읽다보면 저절로 민주주의의 허위가 거둬지는 느낌을 가질 것이다.

 

                      글:사랑산-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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