言/사는이치知

책 - 시경

oldhabit 2012. 3. 22. 13:40

<시경> 심영환 옮김

 

시경은 예전에도 두어차례 읽으려고 펼쳤다가 접은 책이다.

한자를 일일히 대조하며 읽기에는 내 실력이 너무 미천하고,

번역과 해석이 그렇게 끌리지 않았다.

그래서 앞의 '국풍'의 몇편을 읽다가 멈추기를 반복했다.

그러다가 마침 읽기 편하게 현대어 시 위주로 번역된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요즘엔 시경도 좋은 번역본과 해석본이 많아 마음만 먹으면 깊이 읽을 수 있겠지만,

시경의 대략을 만나는 게 목적이라면 이 정도로도 좋을 것 같다.

 

시경은 민중민요들과 나라의 각종 행사에 쓰이던 노래들이 담겨 있다.

그래서 남녀간의 사랑과 이별, 그리움을 담은 서정민요가 있는가 하면,

위정자들의 바른 정치, 그른 정치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전쟁과 부역의 고통 등이 담겨 있기도 하다.

 

시경을 읽으며 새롭게 감탄한 것은,

바로 그 형식인데, 먼저 사물과 자연을 제시하고, 자신의 사정과 감정 생각을 담는 방식이다.

처음엔 앞과 뒤가 서로 연관이 없어보여 낯설었는데,

자꾸 읽다보니 꼭 비유와 상징이 되어야 하는 건 아니다.

앞에 나타나는 보이는 사물 자체도 울림과 의미가 있고,

그것을 느낌면 뒤와 만나 또 다른 뉘앙스를 만들어낸다.

단조로운 형식은 소박하고 진솔한 느낌을 준다.

한편 자신의 고독과 생각을 감동적으로 표현한 시들도 있어 보석을 만난듯 기쁜 적도 있었다.

 

공자가 시 3백편을 '사무사'라고 했을 때,

그것은 인지상정의 마음과 선의를 읽었기 때문일 것이다.사랑산-멩이-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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