言/빈가슴속心

여운

oldhabit 2008. 12. 7. 14:16

 눈이 온다.

 

샤워를 하러 욕실로 갔다.

욕실 창문으론 넓은 논과, 그 곁에 새로이 들어서는 빌라들이 액자처럼 눈에 든다.

유일하게 밖을 보는 통로이다.

그 문으로 밖을 보는 것도 뜨거운 물로 숨이 막히는 공포에 활짝 열곤 샤워를 하며이다.

 

일주일을 세워 놓은 내 차가 생각난다.

'눈이 저렇게 내리면 어쩐다?'

다시 도로를 유심히 살폈다.

아침 일곱시를 조금 넘긴 아스팔트는 내리는 눈이 다 얼어 붙는 듯한 느낌이다.

 

비누를 잔뜩 칠해 온 몸 가득 거품을 내면서,

진이 엄마를 생각했다.

나와는 열살 정도 어리다.

내 아들과 진이는 초등학교 입학 해 처음 학교 생활을 같이 한 일학년 때의 학우다.

초등학교 일학년의 학부형을 해 본 사람들은 안다.

그 설레임, 두려움 ,그리고 무언가 지금 잘 해야지만 일평생 큰 사람으로 남을 것만 같은 부담감....

그 속에서 엄마들 열 한명쯤이 만났었다.

그리고 유난히 너 댓명이 참 가까웠다.

그 기꺼움이 지금도 그대로이다.

 

그렇게 만나 시작은 되었어도

이름이 각각 다르듯이 사는 모습 또한 너무도 달라지게 지금에 이르렀다.

늘 생각은 하면서도 연락이 끊어짐,

우연히 마주쳐짐에,

시간 만큼이나 많이 달라진 ...

 

'웅이 엄마 아니세요'

돌아보고도 한참을 바라만 본다.

'어, 넌 진이엄마네'

'응 어디 살어 아직 학원하나?'

'그럼'

'지나가며 들어가서 차라도 한 잔 마시고 싶었는데'

'들어오지! 바보 가끔씩은 얼마나 궁금했다구'

 

'우리 점심 먹자'

'아참 나 돈을 안 가지고 나왔네'

'내가 낼게 가자'

'진이 엄마도 점심 전이지 아니 한끼도 안 먹었지?'

'응'

 

세시도 넘어,

순대국을 먹었다.

먹음의 중요함은 아니다.

마주 앉음의 나눔이다.

 

'뭐해'

'진이는 군인갔고, 난 주점해'

'어디서'

'역동'

'어머, 어쩜, 우리집이 역동인데,

'그럼 우리 가게로 놀러 와요, 4시에 열고 새벽에 닫아'

'그래? 이름이 뭔데?'

'여운!'

'이름 예쁘네!'

 

이름처럼 가슴에 서리가 내린다.

 

'나는 나이 먹고나면 돈있는 남자 만나 갈아타면 되니, 집이라도 하나 해서 진이 삶의 자금으로 만들어야겠단.

 

난, 무엇을 해서 집을 만드나?

 

 

 이름처럼 가슴에 또 서리가 내린다. 

 

                           2008.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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