넋이라도 있고 없고 넋이라도 있고 없고 -시편- 사랑하는 사람들, 지금 어디 산비탈길 큰돌을 나르며 멍들고 타는 그 입술 깨물고 있을까? 갈라 터진 논바닥 후벼파면서 남 모르는 노래를 소리 죽여 부르고, 혹은 이리저리 허리 굽고 몰리며 안으로 안으로만 흐느끼고 있을까? 아직은 참으로 새벽이 아니기 때문에 피투성.. 言/가슴가득星 2010.02.03
임을 기다리는 마음 임을 기다리는 마음 -양성우- 멀고 험한 길 빈손으로 돌아와 밤새워 땅을 치는 이 시절의 아비들아. 바람 부는 모래벌판 깎아지른 벼랑 아래 마르고 터진 입술 지근지근 깨물며 우리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것은 무엇인가? 도대체, 지푸라기 하찮은 작은 티끌로 천이만리 끝도 없이 떠밀리다가 이제는 죽.. 言/가슴가득星 2010.02.03
당신이 아니더면 당신이 아니더면 -한용운- 당신이 아니더면 포시랍고 매끄럽던 얼굴이 왜 주름살이 접혀요. 당신이 괴롭지만 않다면 언제까지라도 나는 늙지 아니할 테여요. 맨 첨에 당신에게 안기던 그때대로 있을 테여요. 그러나 늙고 병들고 죽기까지라도 당신 때문이라면 나는 싫지 않아요. 나에게 생명을 주든지.. 言/가슴가득星 2010.02.03
별 별 -이상국- 큰 산이 작은 산을 업고 놀빛 속을 걸어 미시령을 넘어간 뒤 별은 얼마나 먼 곳에서 오는지 처음엔 옛사랑처럼 희미하게 보이다가 울산바위가 푸른 어둠에 잠기고 나면 너는 수줍은 둣 반짝이기 시작한다 별에서는 누군가를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별을 닦으면 캄캄한그리움이 묻어난다 별.. 言/가슴가득星 2009.10.11
내가 부를 노래 내가 부를 노래 -타고르- 내 진정 부르고자 했던 노래는 아직까지 부르지 못했습니다. 악기만 이리저리 켜 보다 세월만 흘러 갔습니다. 아직 때가되지 않았고, 말도 다 고르지 못했습니다. 준비된 것은 오직 바라는 마음뿐입니다. 꽃은 따지 않고, 바람만이 한숨쉬듯 지나갔습니다. 나는 당신의 얼굴을 .. 言/가슴가득星 2009.09.17
가난한 사랑의 노래 가난한 사랑의 노래 -신경림- 가난하다고 해서 외로움울 모르겠는가 너와 헤어져 돌아오는 눈 쌓인 골목길에 새파랗게 달빛이 쏟아지는데, 가난하다고 해서 두려움이 없겠는가 두 점을 치는 소리 방범대원의 호각소리 메밀묵 사려 소리에 눈을 뜨면 멀리 육중한 기계 굴러가는 소리, 가난하다고 해서 .. 言/가슴가득星 2009.09.16
백련사에 두고 온 동전 한 닢 백련사에 두고 온 동전 한 닢 -안상학- 누군가 나에게서 떠나고 있던 날 나도 내 마음속 누군가를 버리러 멀리도 떠나갔다 . 백련사 동백은 꽃도 새도 없이 잎만 무성하였다 . 우두커니 석등은 불빛을 버리고 얻은 동전을 세며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의 손을 모으게 했을 잘 안 되는 일들의 기록을 살피고 .. 言/가슴가득星 2009.08.14
그저 그립다 말 한마디 그저 그립다 말 한마디 -조병화- 나의 밤은 당신의 낮나의 낮은 당신의 밤세월을 이렇게 하루 앞서 사는나의 세월 그 만큼,인생이라는 세월을당신 보다 먼저 살아 가는 세월이어서세상의 쓰라린 맛을 먼저 맛보고 지나가는 세월 이지만당신에게 전할 말이란 한마디 뿐이옵니다그저 그립습니다세상엔 .. 言/가슴가득星 2009.08.08
나의 쓸슬함엔 기원이 없다 나의 쓸쓸함엔 기원이 없다 - 박정대 - 나의 쓸쓸함엔 기원이 없다 너의 얼굴을 만지면 손에 하나 가득 가을이 만져지다 부서진다 쉽게 부서지는 사랑을 생이라 부를 수 없어 나는 사랑보다 먼저 생보다 먼저 쓸쓸해진다. 적막한, 적막해서 아득한 시간을 밟고 가는 너의 가녀린 그림자를 본다 네 그림.. 言/가슴가득星 2009.07.19
사랑은 사랑은 - 조 병 화 - 사랑은 아름다운 구름이며 보이지 않는 바람 인간이 사는 곳에서 돈다 사랑은 소리 나지 않는 목숨이며 보이지 않는 오열 떨어져 있는 곳에서 돈다 주어도 주어도 모자라는 마음 받아도 받아도 모자라는 목숨 사랑은 닿지 않는 구름이며 머물지 않는 바람 차지 않는 혼자 속에서 돈.. 言/가슴가득星 2009.06.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