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영감의 말뚝론 황영감의 말뚝론 -이대흠- 생땅은 말이여 말하자면 처녀진디 그라고 쾅쾅 친다고 박히는 것이 아니여 힘대로 망치질하다간 되레 땅이 썽질 내부러 박혀도 금방 흐물흐물해져불제 박은 듯 안 박은 듯 망치를 살살 다뤄사제 실실 문지르대끼 땅을 달래감서 박어서 땅이 몸을 내주제 그라다 인자 조깐 들.. 言/오래묵을詩 2010.08.30
울음 울음 -오세영- 산다는 것은 스스로 울 즐 안다는 것이다. 누군가를 울릴 수 있다는 것이다. 갓 태어나 탯줄을 목에 감고 우는 아기, 빈 나무 끝에 홀로 앉아 먼 하늘을 향해 우짖는 새, 처마 끝에 매달린 풍경같이 모두 울고, 또 울린다. 삶의 순간은 항상 만나고 헤어짐의 연속임으로.... 바람이 우는 것.. 言/오래묵을詩 2010.08.19
걸림돌 걸림돌 -공광규- 잘 아는 스님께 행자하나를 들이라 했더니 지옥 하나를 더 두는 거라며 마다하신다 석가도 자신의 자식이 수행에 장애가 된다며 아들 이름을 아예 '장애'라고 짓지 않았던가 우리 어머니는 또 어떻게 말씀하셨나 인생이 안 풀려 술 취한 아버지와 싸울 때 마다 "자식이 원수여! 원수여!.. 言/오래묵을詩 2010.07.29
관계 관계 -박두규- 나는 불행하게도 이 순간 도심의 거리를 걷고 있다. 한 떼의 구름이 도심을 빠져나가는 이 시간에도 남태평앙 깊은 해류를 타고 고래들은 이동을 하고 있을 것이다. 지리산 작은세개골 두름나무엔 새순이 올라오고 갈기를 세운 말들이 몽골의 초원을 달리고 있을 것이다. 거리를 걸으며 .. 言/오래묵을詩 2010.07.15
간절하다 간절하다 -이재무- 삶에서 '간절'이 빠져 나간 뒤 사내는 갑자기 늙기 시작하였다 활어가 품은 알같이 우글거리던 그많던 '간절'을 누가 다 먹어취웠나 '간절'이 빠져 나간 뒤 몸 쉬 달아오르지 않는다 달아오르지 않으므로 절실하지 않고 절실하지 않으므로 지성을 다 할 수 없다 여생을 나무토막처럼 .. 言/오래묵을詩 2010.06.27
허허 허허 -김승동- 그리운가 잊어버리게, 여름날 서쪽 하늘에 잠시 왔다 가는 무지개인 것을 그 고운 빛깔에 눈멀어 상심한 이 지천인 것을 미움 말인가 따뜻한 눈길로 안아주게 어차피 누가 가져가도 다 가져갈 사랑 좀 나눠주면 어떤가 그렇게 아쉬운가 놓아버리게 붙들고 있으면 하나일 뿐 놓고 나면 전.. 言/오래묵을詩 2010.06.24
구름 구름 -천상병- 하늘에 둥둥 떠 있는 구름은 지상을 살피러 온 천사님들의 휴식처 아닐까, 하느님을 도우는 천사님이시여 즐겁게 쉬고 가시고 잘되어 가더라고 말씀하소서, 눈에 안 보이기에 우리가 함부로 할지 모르오니 널리 용서하소서. 言/오래묵을詩 2010.06.24
[스크랩] 말 달리자, 예수 말 달리자, 예수 -하린- 씨팔, 나 더 이상 안해 예수가 멀미나는 십자가에서 내려온다 못은 이미 녹슬었고 피는 응고되어 화석처럼 딱딱해진 지 오래다 이천년 동안 발가락만 보고 있자니 너무나 지루했다 제일 먼저 기쁨미용실에 들러 가시면류관을 벗고 락가수처럼 머리 모양을 바꾼다 찬양백화점에.. 言/오래묵을詩 2010.06.21
프러시안 블루 프러시안 블루 -김후영- 그녀의 문장은 푸른색이다 바탕화면의 북극바다에 몸을 담그면 깜박이는 커서에서 푸른 물이 떨어지고 갇혀있던 언어들이 하나 둘 모여 새가 된다 시린 발을 움찔대며 버려진 글자들의 유빙에 앉아 우는 새는 그곳이 아득한 시절 누군가의 문자였음을 문자의 단어는 사랑이었.. 言/오래묵을詩 2010.06.19
中3 中3 -박후기- 배가 고프면 담배연기로 도넛을 만들어 먹지 굳게 잠긴 천국의 문을 누구나 열 수 있는 건 아니어서 옥상 문 앞에 선 나는 고단한 계단처럼 자꾸만 흘러내리곤 해 이혼한 엄마가 집을 나가자마자 또 다른 엄마가 빨간 드레스를 입고 야화처럼 남몰래 활짝 피어나지 아빤 벌처럼 붕붕거리.. 言/오래묵을詩 2010.06.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