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줄같은 것이 흔들린다 억울하게 애잔하게 세상 떠난 사람 얼마나 많은데 하찮은 욕망을 위해 아수라같이 사는 사람 얼마나 많은데 내 신음이 가소롭다 내 의문이 서글프다 분노가 무너져 내린다 희망의 문은 절벽 내 한 것만큼 살고 내 한 것만큼 살고 사필귀정에 매달은 가냘픈 거미줄이 흔들리는 밤 박경리시집, '우리들.. 言/젖지않을江 2009.01.24
브람스 클라리넷 오중주 가을 바람 -브람스 '클라리넷 오중주'- -전략- 가을이 되면 브람스가 알맞다. 가을 저녁에 적당한 음악은 역시 브람스다. 브람스를 편안히 즐기기는 좀처럼 쉽지 않지만 여름 산하가 초록에 지치는 것처럼 어떤 불끈거림이 지나가면 조용히 귀에 잦아들기 시작하는 것이 브람스다. 나도 이제 듣기 시작.. 言/젖지않을江 2008.12.08
차이코프스키의 교향곡 5번 겨울 풍경 -차이코프스키의 교향곡 5번- 에브게니 브라빈스키 지휘 래닌그라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연주 -전략- 겨울은 뭐니 뭐니 해도 차이코프스키를 들어야 하는 계절이다. 음악을 처음 듣던 어린 시절 무엇을 주로 듣느냐고 해서 차이코프스키를 듣는다고 했더니 무시하는 투로 코웃음을 친 사람.. 言/젖지않을江 2008.12.08
브람스 첼로 소나타1번 음악의 심연에 뜨는 배 <<브람스 첼로 소나타1번>> 아노스 슈타거 첼로 죄르지 세복 피아노 -전략- 얼마 전에 나는 산속에 땅을 한 자리 마련했다. 이백 평 남짓한 땅이니 내가 차지하기엔 과분하고 좀 큰 성싶은 땅이지만 붙어 있는 것이니 할 수 없다. 그곳은 또 너무 깊어서 보통 사람들이 선.. 言/젖지않을江 2008.12.08
템페스트 태풍과 빌헬름 캠프 -베토벤 템페스트- -전략- 태풍이 지나간 비극의 현장을 두고 음악을 운운하는 것은 참으로 가당찮다. 그러나 이러할 때 인간의 운명과 신의 엄숙한, 자연의 아름다움과 무자비함을 엄정하게 사색하고 명상한 음악이 있으니 바로 베토벤이다. 그래서 베토벤은 어렵다. 감미로울 수 .. 言/젖지않을江 2008.12.06
바흐 평균율 음악의 축대며 저수지인 -글랜굴드의 '바흐 평균율'- -전략- 불안할 때 음악 맛이 나던가, 그런 의미에서 나는 오랜만에 음악적 성서와 같은 판을 꺼냈다. 글랜 굴드의 '바흐 평균율'이다. 모든 음악의 축대 같고 옹벽 같고 방파제 같고 땔감 같고 저수지 같은 그 음의 배열이야말로 내가 새롭게 시작하.. 言/젖지않을江 2008.12.06
겨울 나그네 찬 물소리 속 겨울 나그네 -슈베르트 가곡집 '겨울 나그네'- 알프레드 브랜델 피아노 -전략- 내가 떠올린 음악은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였다. 사실 그렇게 자주 듣는 음악은 아니다. 그러나 내가 겨울 나그네가 되어서 이 골짜구니에 가끔 오게 된다고 생가하니 자연스레 그 일련의 가곡들이 떠오른 .. 言/젖지않을江 2008.12.06
무언가無言歌 -zb- 어떤 정물, 귤과 매화의 책꽂이 -브람스의'무언가無言歌- -전략- 겨울이 깊어지면서부터는 음악을 틀어도 격렬한 것보다는 조심스런 소품들을 듣게 된다. 마치 깊은 산에 눈 덮인 소나무에 쌓인 눈들이 떨어질세라 조심하는 듯이, 이즈음 듣는 것이 브람스의 '무언가'다. '종달새의 노래' '삼포의 송.. 言/젖지않을江 2008.12.06
개밥바라기별 저녁 무렵의 신탄진 강변은 언제나 잔잔하고 평화로웠다. 일 끝내고 씻으로 내려가면 어두워지기 시작한 강변의 숲과 거울처럼 맑은 수면 위로 가끔씩 물고기들이 뛰어오르는 소리와 함께 작은 파문이 일어나는 것을 바라보곤 했다.. 그럴 때면 물속에 텀벙대며 들어가기가 아까워서 잠시 서 있곤 했.. 言/젖지않을江 2008.12.01
마음으로 얻어라 마음으로 얻어라 귀로 듣고 얻은 것은 눈으로 직접 보고 얻은 것의 넓음만 못하고, 눈으로 보고 얻은 것은 마음으로 깨달아 얻은 것의 드넓음만 못하다. 마음을 임금으로 삼고, 눈을 신하로 삼고, 귀를 관리로 삼는 것은 옳다 하겠으나, 눈으로 마음을 대신하는 것은 못난 짓이요, 귀로써 눈을 대신하는.. 言/젖지않을江 2008.1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