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르 강가에서 아무르 강가에서 -박정대- 그대 떠난 강가에서 나 노을처럼 한참을 저물었습니다 초저녁별들이 뜨기엔 아직 이른 시간이어서, 낮이 밤으로 몸 바꾸는 그 아득한 시간의 경계를 유목민처럼 서성거렸습니다 그리움의 국경, 그 허술한 말뚝을 넘어 반성도 없이 민가의 불빛들 또 함부로 일렁이며 돋아나.. 言/젖지않을江 2009.05.02
사랑의 적소謫所 여기에는 없는 곳, 산초나무 잎사귀가 음악처럼 피어나는 곳에서 그대를 만나고 싶어라, 그대와 내가 만나 지극한 사랑의 힘으로 허공에 한 채의 소슬한 부석사를 지어 올릴 수 있는 곳, 꿈에도 그리워지는 꿈이 있어 눈뜨면 다시 잠들고 싶어지는 生의 이 황막한 저녁에 누이처럼 맑은 그대는 어느 산.. 言/젖지않을江 2009.04.24
의문들 의문들 나는 즐긴다 장례식장의 커피처럼 무겁고 은은한 의문들을: 누군가를 정성들여 쓰다듬을 때 그 누군가의 입장이 되어본다면 서글플까 언제나 누군가를 환영할 준비가 된 고독은 가짜 고독일까 일촉즉발의 순간들로 이루어진 삶은 전체적으로 왜 지루할까 몸은 마음을 산 채로 염殮한 상태를 .. 言/젖지않을江 2009.04.22
문장 사소한 것에도 괴로워하고, 하찮은 일에도 슬퍼하고, 내 모습이 싫고 창피해서 거리를 걸어 다닐 수 없었던, 아 고민 많고 외롭고 답답했던 젊은 날의 초상(肖像)들이 슬그머니 그리워진다. 바로 그러한 슬픔들은 그만큼 순수했기 때문이요, 오늘날 내가 아무리 고민 없이 살만 찌는 것은 그만큼 뻔뻔.. 言/젖지않을江 2009.04.22
용서는 사람 사이에 물길을 튼다 “시몬아, 난 지난 3년 동안 너 죽이는 생각만 하고 살았어. 그러니까 내가 너한테 먼저 용서를 받아야 돼. 시몬아, 나는 지난 3년 동안 마귀처럼 살았어. 그냥 옷만 입고 있었지 신부도 아니었어. 마귀처럼 산 거 보속하려면 난 이제 정말로 성인처럼 살아야 돼.” -용서는 사람 사이에 물길을 튼다- 中 .. 言/젖지않을江 2009.03.25
만행 만행 -김수우- 우산을 버스에 두고 왔습니다 우산은 저혼자 길 떠났습니다 비에 젖지 않아야 할, 한 사람이 있나 봅니다 다박솔 닮은 이를 만나 함께 가는 길, 빗소리 푸를 겝니다 아마 그인 내가 잘 알던 사람이 분명합니다 대신 찾아가는 우산은 오늘 꼭 내가 갚아야 할 빚이거나 받았다 돌려주지 못.. 言/젖지않을江 2009.03.25
맛과 멋 맛과 멋 -피천득- 맛은 감각적이오, 멋은 정서적이다. 맛은 적극적이요, 멋은 은근하다. 맛은 생리를 필요로 하고 멋은 교양을 필요로 한다. 맛은 정확성에 있고 멋은 파격에 있다. 맛은 그때뿐이요 멋은 여운이 있다. 맛은 얕고 멋은 깊다. 맛은 현실적이요,멋은 이상적이다. 정욕생활은 맛이요 플라토.. 言/젖지않을江 2009.03.21
대비하는 마음(殘心) 대비하는 마음 '殘心(잔심)'이라는 말의 출처는 분명치 않으나, 다도나 검도, 궁도에서 흔히 쓰고 있습니다. 그러나 말 그대로 미련이나 아쉬움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궁도에서는 활을 쏜 다음의 반응에 대비하는 자세를 말합니다. 검도에서는 일격을 가한 후에 상대방의 반격에 대비하는 마음의 .. 言/젖지않을江 2009.02.17
상실의 시대 소리내어 울고 싶었다. 하지만 울 수 없었다. 눈물을 흘리기에는 너무나 나이를 먹었고 너무나도 많은 경험을 해왔다. 이 세계에는 눈물조차도 흘릴 수 없는 슬픔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그것은 그 누구에게도 설명 할 수 없고 혹시라도 설명이 가능 하다고 해도 아무도 이해 할 수 없는 그런 종류의 것.. 言/젖지않을江 2009.02.14
도공의 노래 어제 ‘추왕석’이라는 도공을 만났다. 지인과 함께 그의 집을 방문했을 때 그는 막 달 항아리 초벌을 만들어 말리고 있었다. 저녁으로 냉면을 먹고 돌아설 때 그는 그가 구운 막사발 하나와 그가 쓴 책 [도공의 노래]를 쥐어 주었다. 친구가 된 기념이라고 하면서. [도공의 노래] 겉장에 그는 다음과 같.. 言/젖지않을江 2009.0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