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소나무 아기 소나무 -권정생- 동산에 떠오른 달님은 만져질 듯이 가까이에 있었습니다. 오늘은 팔월 한가위, 1년 중 가장 커다란 달님이기 때문입니다. 희고 둥근 달님의 얼굴이 온 세상을 아름답게 비추었습니다. "달님 아줌마! 달님 아줌마!" 산등성이 외딴 봉우리에서 작지만 또랑또랑한 목소리가 들렸습니.. 言/젖지않을江 2009.05.22
어머니 사시는 그 나라에서는 세상의 어머니는 모두가 그렇게 살다 가시는 걸까. 한평생 기다리시며 외로우시며 안타깝게…… 배고프셨던 어머니 추우셨던 어머니 고되게 일만 하신 어머니 진눈깨비 내리던 들판 산고갯길 바람도 드세게 휘몰아치던 한평생 그렇게 어머니는 영원히 가셨다. 먼 곳 이승에다 아들 딸 모두 흩어 두고.. 言/젖지않을江 2009.05.22
우리옷을 입자 옷은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우리 옷 입기운동을 25년 동안 해오면서 옷에 얽힌 많은 인연들이 있었다. 그중 최근에 놀랄만한 일이 있었는데 어떤 분이 우리 옷을 수의로 입었다는 것이다. 질경이우리옷을 입고 결혼식을 하는 경우는 종종 있었지만 수의로 입었다는 얘기는 처음이었다. 그분도.. 言/사는이치知 2009.05.18
오체투지와 소통의 문제 [신경림 누항 나들이] 오체투지와 소통의 문제 지금 수경 스님, 문규현 신부 그리고 정종훈 신부 셋은 북쪽이 로켓을 쏘아올리고 많은 전·현직 정치인이 검은 돈과 연관된 혐의로 검찰에 불려다니는 어수선한 상황 속에서 오체투지로 ‘사람과 생명과 평화’의 길을 찾아 국토를 순례하고 있다. 지난.. 言/사는이치知 2009.05.18
지독한 인연에 울다 지독한 인연에 울다 -김정한- 어디에 서 있어도 바람을 피할 수는 없다 빈 가슴으로 홀로 맞는 비바람은 더욱 견디기 힘들다 나를 더욱 아프게 하는 것은 바람에 묻어오는 그사람 소식 눈물이 핑 돈다 그리움 없이 기다림 없이 가슴앓이 없이 찾아 오는 사랑이 있을까 감기 같은 사랑 열병 같은 같은 사.. 言/가슴가득星 2009.05.16
내 자신이 부끄러울 때 내 자신이 부끄러울 때 내 자신이 몹시 초라하고 부끄럽게 느껴질 때가 있다. 내가 가진 것보다 더 많은 것을 갖고 있는 사람 앞에 섰을 때는 결코 아니다. 나보다 훨씬 적게 가졌어도 그 단순과 간소함 속에서 삶의 기쁨과 순수성을 잃지 않는 사람 앞에 섰을 때이다. 그때 내 자신이 몹시 초라하고 가.. 言/젖지않을江 2009.05.10
플라토닉 러브 플라토닉 러브 -이해인- 우정이라 하기에는 오래고 사랑이라 하기에는 이릅니다. 당신을 사랑하지 않습니다 다만 좋아한다고 생각해 보았습니다 남남이란 단어가 맴돌곤 합니다 어처구니 없이 난 아직 당신을 사랑하고 있지는 않지만 당신을 좋아한다고는 하겠습니다 외롭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이 .. 言/가슴가득星 2009.05.08
어떤 마을 어떤 마을 -도종환- 사람들이 착하게 사는지 별들이 많이 떴다 개울물 맑게 흐르는 곳에 마을을 이루고 물바가지에 떠담던 접동새소리 별 그림자 그 물로 쌀을 씻어 밥짓는 냄새 나면 굴뚝 가까이 내려오던 밥티처럼 따스한 별들이 뜬 마을을 지난다 사람들이 순하게 사는지 별들이 참 많이 떴다 言/오래묵을詩 2009.05.07
기형도 죽음이 살다 간 자리 ―기형도론― 정효구(문학평론가) 1 젊은 시인 기형도의 충격적인 죽음이 문단을 침통하게 한 지도 몇 개월이 지났다. 기형도의 죽음 앞에서 사람들은 여러가지 모양으로 그의 영혼을 위로하였으니, 혹자는 눈물로, 혹자는 추억담으로, 혹자는 문학론으로, 혹자는 시집의 발간으로.. 言/간직하나人 2009.05.05
꽃을 위한 서시 꽃을 위한 서시 -김춘수- 나는 시방 위험한 짐승이다. 나의 손이 닿으면 너는 미지의 까마득한 어둠이 된다. 존재의 흔들리는 가지 끝에서 너는 이름도 없이 피었다 진다. 눈시울에 젖어드는 이 무명의 어둠에 나는 한밤내 운다. 나의 울음은 차츰 아닌 밤 돌개바람이 되어 탑을 흔들다가 돌에까지 스미.. 言/오래묵을詩 2009.05.05